대구콘서트하우스는 재개관 10주년을 맞아 3월부터 매주 기획공연을 진행해 왔습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대구시 산하 문화예술기관이 통폐합되고 나서 새로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으로 취임한 박창근 관장은 대구 문화 예술을 발전시키고 대구 시민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기획 공연을 추진해 왔습니다. 

'위클리 스테이지', 매주 화요일 지역의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공연은 표 한 장에 만 원씩 하는 데도 매진이 되면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콘서트하우스는 출연자들에게 표를 팔게 하고는 매표 수익금 분배도 없이 출연료도 주지 않고 6차례에 걸친 기획공연을 진행해 왔습니다. 

피아노, 현악사중주, 성악 같은 공연들은 전석 매진이 되기도 하는 등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그러나 출연진들에게 노 개런티, 출연료를 주지 않았고 출연자에게 공연 표를 팔게 하고는 표 판매 수입 전액을 콘서트하우스 측이 가져갔습니다. 

심지어 반주자 출연료도 공연하는 사람에게 떠맡기면서 이에 반발한 일부 음악인들은 콘서트하우스 출연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대구 음악계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황당한 변명
대구콘서트하우스에 취재를 갔더니 박창근 관장은 "가용 예산이 없어서"라고 답했습니다. 취임하고 보니 새롭게 문화예술공연을 할 예산이 거의 없어서 출연자들에게 공연 취지를 설명하고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연 표 판매수익은 전액 대구예술문화진흥원으로 귀속된다고 해명했습니다. 

음악계의 반발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갑질 행위 규탄 및 예술인 권리 회복을 위한 대구음악협회 입장문'을 통해 음악협회는 콘서트하우스가 음악인들에게 '재능기부'를 명목으로 기획공연을 하면서 공연자에게 공연 표를 팔아오라고 하고는 판매 수익금은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 출연료조차 주지 않은 것은 '갑질'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대구시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이른바 ‘재능기부’를 요구하면 음악인은 공연장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그 요구를 무시하기 힘든 점을 노린 

갑질이자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번복되는 콘서트하우스의 입장
4월 5일 취재 첫날 박 관장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문제가 생길 줄 몰랐는데, 이렇게 문제가 생긴다면 다음 주나 다다음 주 공연은 몰라도 나머지 공연은 취소하겠다", "표 판매 수익금은 공연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었습니다.

실은 이때 취재나 보도는 마무리될 뻔했는데, 그다음 날 음악협회가 입장문을 발표한 뒤, 추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박 관장은 "이미 공연한다고 고지가 됐고 표도 팔리고 있어서 무료 공연으로 전환한 뒤 출연료 없이 6월까지는 공연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표 판매수익금도 돌려주려면 2024년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구시 측에 확인한 결과, 2024년에 별도 예산을 세워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종합해 보면 당장 급한 불(?)만 끄자는 식 아닌가? 라고 밖에는 해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4월 6일 '콘서트하우스, 공연자에게 표 팔게 하고 출연료도 안 주는 공연 강행'이라는 기사가 다시 방송됐습니다. 

반발이 커지고 대구시청에서도 문제의식이 높아지자 대구콘서트하우스는 그제야 기획공연을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콘서트하우스는 향후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기획공연을 비롯한 사안에 대해 음악협회를 비롯한 음악인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자고 하더냐고 음협회장에게 물어보니 "다음 주쯤 식사 한번 하자고 하던데요?"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 대구
대구의 대표적인 공연 공간인 콘서트하우스가 문화예술인들의 자존심을 꺾고 무료 봉사에 가까운 희생만 요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왔다 갔다 하는 콘서트하우스의 대응에 다시 방송은 이어졌고 취재 보도하는 과정에서 한숨만 흘러나왔습니다.

콘서트하우스 측은 반성도,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방성택 음악협회장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유네스코 측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겁난다"고요. 

공연자에게 표를 팔게 하고는 수익금 전액을 문화예술기관이 가져가는 일은 있기는 있었습니다. 20~30년 전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비행기 안에서도 팔걸이 재떨이에 재 털어가며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습니다.

문화는 물과 같다고 합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니까요. 시간도 마찬가집니다. 되돌리기 힘들죠. 되돌리기 힘든 시간을 억지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일 겁니다. 

이번 콘서트하우스 사태가 꼭 그런 꼴인데, 콘서트하우스는 물론 상위기관인 문화예술진흥원도 반성도 없고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은 상태여서 앞으로가 더 걱정됩니다.